나 정말 바보 아니니? 세상에 롯데아울렛광장점 하차와 리까사호텔 7층 야외가 머릿속에서 뒤섞여서 생고생을 했다야... 아 배고파... 배고파 죽는 줄... 음식 가지러 갈 힘이 없다야... 나 뭐 좀 대충 갖다 주라... 많이 많이... 하하하...
(머니파워=황진교) 2025년 9월 20일 토요일 낮 12시 라까사호텔 광명 7층 테라스 야외 웨딩 초대합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마을버스 1-1, 마을버스 1-3
-KTX 광명역 6번 출구 > 이케아 롯데아웃렛 광명점 하차
지선 5627번, 지선 5633번(중앙차로)
-구로디지털단지역(2호선) 1번 출구 > 이케아롯데아울렛 광명점 하차
일반 3번
-철산역(7호선) 1번 출구 > 이케아 롯데아울렛 광명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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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모바일 청첩장으로 받은 친구 딸의 결혼식 초대글이었다. 나는 안양에 살고 있고 광명에 있는 이케아는 자동차로 20분 거리의 자주 가는 쇼핑몰이고 롯데아울렛 광명점은 이케아 바로 옆건물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 나는 그래서 마을버스 1-1, 마을버스 1-3 –KTX광명역 6번 출구 > 이케아 롯데아울렛 광명점 하차, 편을 선택했다. 안양역에서 광명역까지는 지하철로 4 정거장, 한 번만 환승하면 된다. 지하철로는 가본 적 없지만 가까운 거리니까 뭐... 가까워서 참 좋네... 아무리 못 말릴 길치라도 누구의 도움 없이도 갈 수 있겠네... 그렇게만 생각해 놓은 상태로 결혼식 날이 되었다. 간단하게나마 화장을 하고 빼놓았던 귀걸이와 목걸이도 하고 옷차림도 신경을 써야 하는 외출은 지난 7월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있었던 친구 딸의 결혼식 이후 처음이었다.
한 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집을 나섰다. 거리엔 더운 여름의 기운과 선선한 가을의 기운이 함께 기싸움을 하는 듯했다. 오전 시간이어서인지 가을의 기운이 우세한 듯했다.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자 걷고 싶어졌다. 걸어서 가기에는 안양역보다 명학역이 가까웠다. 굵고 단단한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걷기를 종용하는 듯했다. 명학역을 향해 걸었다. 커다란 잎을 빼곡하게 달고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는 여름의 편일까 가을의 편일까... 좀 더 무성하고 푸르게 살고 싶을까 이제 그만 시들고 단풍 들고 낙엽 되어 한 계절을 마감하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15분 정도를 걸었다. 명학역에 도착해서야 카카오지하철노선표 앱을 열고 명학에서 광명역까지의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20분 정도로 예상했는데 40분이 좀 넘게 걸린다고 나왔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몇 번이나 확인했다. 늦게서야 내가 놓친 부분을 깨달았다. 환승역인 금천구청에서 광명역 가는 지하철의 배차 간격이 20분이었다. 이 점을 간과했던 거다. 예식 시간인 12시보다 20분은 늦을 것 같았다. 이런... 또 늦겠네... 저번에도 내가 젤 늦게 도착했었는데... 운전을 잘하든가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든가... 이도 저도 서툴기만 하니 참... 한심하다 한심해... 땀 삐질삐질 헐레벌떡 도착하는 꼴을 친구들에게 또 보여야 한단 말인가... 아 정말 싫다 싫어...
금천구청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단톡에 여러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올림머리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혼주 친구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친구들이 서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히잉... 또 나만 빠졌네 나만 빠졌어...ㅠㅠㅠ 나 지금 금천구청역... 내가 시간을 잘못 계산했어... ㅠㅠㅠ... 20분 정도 늦을 듯... 이렇게 보냈다. 가까이 살아서 비교적 자주 만나는 사진 속 친구들 사이에 대전에서 올라온, 거의 2년 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많은 친구였다. ㅇㅇ이가 왔어 ㅇㅇ이가... 너무 반가워서 잠깐 우리 난리가 났었다...라는 톡이 왔다. 그 분위기가 상상이 되었다. 이렇게 소중하고 아까운 순간들을 놓치다니... 한심하고 한심해서 어디 단단한 벽에 피가 나도록 머리를 박고만 싶어졌다. 광명역에 도착했다. 나가는 길이 복잡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두 눈을 부릅뜨고 6번 출구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마을버스번호와 하차 정류장을 잊지 않기 위해서 속으로 입으로 계속 되뇌었다. 1-1 1-3... 롯데아울렛 광장점 롯데아울렛 광장점 아니 아니 광명점 광명점...
6번 출구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덮쳐왔다. 그 사이 가을의 기운이 여름의 기운에 밀린 모양이었다. 역의 밖에는 안양, 안산, 수원 등 KTX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우고 갈 시외버스정류장만 길게 이어져 있을 뿐 마을버스 타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걸어서는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방향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짜증도 나고 울고 싶어졌다. 온몸에 땀으로 끈적거렸다. 화장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화끈거렸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다가 건너편 도로의 택시승강장에 줄줄이 서 있는 택시를 발견했다. 그래... 택시를 타면 되는 것을... 거의 뛰다시피 횡단보도를 건너 택시를 탔다. 아저씨 롯데아울렛광장점요..아니 아니 광명점요... 롯데아울렛 광명점... 말하고 택시기사를 보니 맙소사... 아무리 낮게 봐도 80은 넘으신 것 같았다. 내릴까 싶기도 했지만 늙기도 서러운데... 싶은 생각에 그냥 가기로 했다. 아저씨 롯데아울렛 광명점요... 롯데아울렛 광명점... 나는 혹시 못 들었을까 잘못 들었을까 싶어서 몇 번이나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기사분은 네비도 찍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고 차를 움직이더니 금방 차를 세우고 느릿느릿 차문을 열고 느릿느릿 걸어 반대편에 있는 쓰레기통에 들고 내린 종이컵을 버리고 다시 또 느릿느릿 차로 돌아와 앉았다. 그 행동이 얼마나 느린지 중간에 뛰쳐나가고만 싶었다.
신호등엔 또 왜 그리 자주 걸리는지... 택시기사도 신호등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12시 30분이 넘었다. 식은 당연히 끝났고 식사시간마저 끝나갈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회포도 다 풀었겠지... 공연이 끝난 공연장에, 파장 무렵의 시장에 들어서는 꼴이 되어버렸네... 마음이 급했다. 택시가 서행했다. 낯익은 건물이 보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틀림없이 롯데아울렛 7층 야외 웨딩홀이라고 했는데 어쩐지 7층 높이 같아 보이지 않고 웨딩홀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아저씨 여기가 롯데아울렛 광명점 맞죠? 노 기사는 말없이 택시를 정차시켰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아저씨 여기 롯데아울렛 광명점 맞죠? 그런데 왜 아닌 것 같지? 내가 혼잣말인 듯 말하며 내리기를 망설이자 노 기사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저기가 입구 아니요? 나는 택시에서 내려 롯데아울렛 입구로 들어갔다. 1층 매장은 넓었다. 패션과 잡화와 카페까지 입점해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직원한테 물어서 겨우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6층까지밖에 없었다.
어? 나 7층 가야 하는데... 야외 웨딩홀 가야 하는데... 7층 어떻게 가죠?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질문을 했다. 내가 너무 급하게 흥분해서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젊은 엄마가 안고 있는 갓난아기가 와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 무안함이란... 어머 미안 내 목소리가 너무 컸나 보네 아가 미안... 미안... 창피하고 무안한 와중에도 나는 아가에게 사과를 했다. 6층에서 내리면 돼요... 하고 엘리베이터 안의 젊은 여자가 대답해 줬다. 감사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느새 나는 재킷을 벗어 들고 있었다.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콧잔등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도 느껴졌다. 얼굴은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6층은 골프장과 야외테라스가 펼쳐져 있었다. 7층이라고 했는데... 7층을 어떻게 올라가지? 아무리 여기저기 뛰어다녀도 7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에스컬레이터도 없었다. 이용객들도 별로 없어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울고 싶어졌다. 그냥 결혼식이고 친구도 다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어졌다. 겨우 여자이용객에게 7층을 어떻게 올라가냐고 물어보았다. 7층요? 여기 7층 없는데요... 했다. 아....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도 얼마나 얼마나 늦게 올라오는지.... 친구에게 전화했다. 여기 6층인데 웨딩홀이 없어... 했더니 너 반대편 엘베 탔나 보구나... 다시 내려가서 반대편 엘베 타... 했다. 그래 그래... 너네 벌써 다 먹었겠다 그치? 어휴... 참... 내가 말했고 친구는 괜찮아 천천히 와... 했다.
다시 1층에 내려갔다. 나이 든 어리숙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매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찾아보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반대편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7층 웨딩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나요? 매장의 안쪽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매장 밖에서 소리치듯 물어보았다. 직원은 앉은 채로 매장 밖의 나에게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7층요? 여긴 7층 없어요... 아니 분명 여기 7층 야외 웨딩홀에서 오늘 결혼식 있다고 했어요... 내 목소리는 다급하고 간절했다. 아니에요 여긴 7층 없어요... 직원의 대답은 단호했다. 기가 막혔다. 어떻게 된 거지? 다시 친구에게 전화했다. ㅇㅇ야... 여기 7층 없다는데... 나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너 어디야? 그때서야 친구도 이상했는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물었다. 여기? 롯데아울렛 광명점이지... 너 거기 롯데아울렛 안이야? 안에 들어갔어? 어... 거긴 왜 들어가 있어... 으이구...거기서 나와 일단... 나와서... 내가 다시 청첩장 보내줄 테니까 찾아와... 가까워... 했다.
친구는 청첩장을 다시 보내 주었다. 리까사 호텔 7층이었다. 아... 뭐야... 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롯데아울렛 매장을 나가서 도로 건너편에 빼곡한 건물들을 올려다보면서 걸었다. 고층의 건물들 사이에서 리까사 호텔이라는 글자를 찾았다. 아 이런 멍청이가 다 있나... 리까사 호텔을 향해 걸어가면서 나 자신 한심하고 한심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마을버스에서 내리는 정류장 이름인 롯데아울렛광명점과 결혼식이 있는 리까사호텔 7층 야외웨딩홀이 머릿속에서 뒤섞여 혼선을 빚은 것이었다. 어디서 언제쯤 혼선이 시작된 거지? 친구들은 벌써 과일과 디저트를 가운데 두고 앉아 있었다.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나 정말 바보 아니니? 세상에 롯데아울렛광장점 하차와 리까사호텔 7층 야외가 머릿속에서 뒤섞여서 생고생을 했다야... 아 배고파... 배고파 죽는 줄... 음식 가지러 갈 힘이 없다야... 나 뭐 좀 대충 갖다 주라... 많이 많이... 하하하... ㅇㅇ 야... 얼마만이야... 야... 너... 안 늙었네... 하하하... 그대로다야... 난 많이 늙었지... 늙고 멍청해서 이렇게 고생이다 고생...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 꼴이... 영... 아니네... 하하하... 하하하... 어쩌면 좋냐... 나 어쩌면 좋냐... 하하하... 나의 수선스러움에 친구들이 일제히 입에 손가락을 가져가 대며 말했다. 좀 조용히 말해... 다들 쳐다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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